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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 · 최고전략책임자(CSO) · 오늘의 전략 칼럼

절약한 시간은 못 받고, 검증한 시간은 받는다

잉글랜드·웨일스 Law Society 의 AI 실무 지침이 정리한 책임과 보수의 기준을 따라, 법률 서비스의 가치 단위가 검증으로 옮겨 가는 흐름을 읽습니다.

초록 잉글랜드·웨일스 Law Society 가 10월 21일 AI 실무 지침을 냈습니다. 규제기관이 아닌 대표 단체의 모범 실무 견해지만, 담긴 기준은 분명합니다. AI 는 별도의 법인격이 없어 책임을 넘겨받을 수 없고, 챗봇이나 에이전트를 써도 직업적 책임은 줄지 않습니다. 생성형 AI 는 같은 질의를 다시 돌려 검증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제 보수에서는 AI 가 없었다면 걸렸을 시간을 청구해서는 안 되지만, AI 를 운용하고 그 결과를 검토·검증·수정하는 시간은 청구할 수 있다고 적습니다. 이 칼럼은 이 기준들이 합쳐져 법률 서비스에서 값을 받는 일이 생산에서 검증으로 옮겨 가는 구조를 만든다고 보고, 그 흐름이 법률 AI 시장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살핍니다.

법률 AI 를 둘러싼 논쟁은 오랫동안 무엇을 대신할 수 있느냐에 머물렀습니다. 초안을 쓰는지, 판례를 찾는지, 주니어 변호사의 일을 얼마나 덜어 주는지입니다. Law Society 의 새 지침은 질문의 자리를 옮깁니다. 무엇을 대신하든 책임은 사람에게 남고, 대신해서 줄어든 시간은 청구할 수 없다고 정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변호사가 고객에게 받을 수 있는 몫은 어디에 남을까요. 지침의 답은 운용하고 검토하고 검증하고 고치는 시간, 곧 결과가 맞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생산은 값싸지고 검증은 값을 받는 구조가 규범의 언어로 적힌 셈입니다.

핵심 개념 정의

책임의 비이전(Non-transferable Responsibility)

AI 시스템을 써도 직업적·법적 책임이 그 시스템으로 옮겨 가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지침은 영국 사법 태스크포스(UKJT)의 법률 성명을 요약하며 AI 에는 별도의 법인격이 없어 책임을 AI 로 옮길 수 없다고 적고, 챗봇과 에이전트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합니다.

비결정성(Non-determinism)

같은 입력에도 생성형 AI 가 매번 다른 결과나 다른 경로를 낼 수 있는 성질입니다. 지침은 그래서 같은 질의를 다시 돌려 결과를 재현하거나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없고, 한 번 시험했다고 앞으로도 같게 동작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적습니다.

AI 보조 업무의 보수 청구

시간제 보수에서 실제로 적정하게 쓴 시간만 기록·청구할 수 있다는 원칙을 AI 에 적용한 기준입니다. 지침은 AI 가 없었다면 걸렸을 시간을 청구하지 말되, AI 를 운용하고 결과를 검토·검증·수정하며 전문 판단을 적용한 시간은 위임 계약과 맞으면 청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략적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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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은 사람에게 남는다

지침의 출발점은 책임의 위치입니다. 지침은 UKJT 의 법률 성명을 요약하며, AI 를 써서 생긴 손해에 대해 영국 법은 스스로 떠안은 책임과 법이 지우는 책임이라는 두 경로로 책임을 묻고, AI 에는 별도의 법인격이 없어 책임을 AI 로 옮길 수 없다고 적습니다. 전문가는 AI 를 부적절하게 쓰거나, 맞지 않는 모델을 쓰거나, 실사를 소홀히 하거나, 결과를 시험·검증하지 않으면 과실이 될 수 있습니다. 챗봇이 한 말에 대해서도 같습니다. 지침은 챗봇이 독립된 법적 주체라는 항공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캐나다 사건을 소개하며, 핵심 과실은 그 출력을 허용한 설계·시험·배치 뒤의 인간 결정일 수 있다고 씁니다. 에이전트도 예외가 아닙니다. 책임은 조직 안의 이름 있는 사람에게 분명히 배정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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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려 보는 것은 검증이 아니다

책임이 남는다면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침은 생성형 AI 의 결과를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을 미리 닫아 둡니다. 생성형 AI 는 비결정적이라 같은 질의를 다시 돌려도 결과를 재현하거나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없고, 한 번 시험해 통과했다고 앞으로도 같게 동작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같은 모델에게 다시 묻는 것은 두 번째 의견이 아니라 같은 확률에서 뽑은 또 하나의 표본입니다. 영국 사무변호사 규제기관(SRA)이 8월 경고 공지에서 꼽은 첫째 우려도 인용을 포함한 허위 정보, 곧 확인되지 않은 채 법원에 제출되는 가짜 판례였습니다. 검증은 모델 바깥의 정본에 대어 보는 일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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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할 수 있는 시간이 바뀐다

가장 경제적인 문장은 보수 절에 있습니다. 시간제 보수라면 실제로 적정하게 쓴 시간만 기록하고 청구할 수 있으므로, AI 를 썼을 때 AI 가 없었다면 그 일에 걸렸을 시간을 청구해서는 안 됩니다. 대신 AI 를 운용하고, 결과를 검토·검증하고, 고치고, 전문 판단을 적용한 시간은 위임 계약과 맞으면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별도의 AI 비용은 미리 설명하고 합의해야 하며 시간 보수와 중복돼서도 안 됩니다. 이 세 문장을 합치면 구조가 보입니다. 초안을 만드는 시간은 줄어들수록 청구서에서 사라지고, 그 초안이 맞는지 확인하는 시간은 그대로 남습니다. 법률 서비스에서 값을 받는 일이 생산에서 검증으로 옮겨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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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비용이 경쟁의 축이 된다

검증이 값을 받는 일이 되면 두 가지가 따라옵니다. 첫째, 고객은 검증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법률 AI 의 경쟁은 더 많이, 더 빨리 만들어 내는 쪽보다 만들어 낸 것을 더 싸게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쪽으로 기웁니다. 인용마다 원문 위치가 붙어 있고, 무엇을 확인했고 무엇을 못 했는지가 표시된 결과는 검토 시간을 줄여 줍니다. 둘째, 검증을 대신해 준다는 약속은 팔 수 없습니다. 책임이 옮겨 가지 않으니 도구가 할 수 있는 일은 확인을 쉽게 만드는 데까지입니다. 지침이 경고한 과의존의 위험, 곧 미래 법률 역량의 공백도 같은 자리에서 나옵니다. 검증을 건너뛰게 만드는 도구는 단기적으로 편하지만, 책임을 지는 사람이 근거를 읽는 능력을 잃게 만듭니다.

반론과 재반박

예상 반론 고정 보수나 성과 보수가 늘면 시간 청구의 기준은 힘을 잃고, 생산 속도가 곧 이익이 되므로 검증으로 가치가 옮겨 간다는 판단은 과장이다.

재반박 지침은 고정·상한·가치 기반 보수에서도 업무 범위와 보수 근거를 분명히 설명하고 전체 보수가 정당해야 한다고 적습니다. 보수 형태가 바뀌어도 책임은 사람에게 남으므로, 고정 보수의 이익은 생산을 빨리 하는 데서가 아니라 확인을 싸게 하는 데서 커집니다. 확인을 건너뛴 속도는 과실의 위험으로 돌아옵니다.

이 주장이 틀리는 조건

반증 조건 법률 서비스의 가치가 검증으로 옮겨 간다는 이 판단은 깨질 수 있습니다. 검증을 거의 하지 않은 AI 결과물이 대량으로 쓰이는데도 과실 판단과 규제 조치가 드물게 남고, 고객이 검증 시간에 값을 치르기를 거부하는 흐름이 확인되면 가치는 여전히 생산 속도에 머무는 것입니다. 또 모델 바깥 정본과 대조하는 검증 도구를 써도 검토 시간이 줄지 않는다는 측정이 쌓이면, 검증 비용을 낮추는 경쟁이라는 전망도 다시 봐야 합니다.

법마디 OS가 그리는 미래

법마디 OS 는 법률사무소가 아니고, 우리가 내는 답변도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그래도 이 흐름에서 우리가 설 자리는 분명합니다. 법마디의 MCP 서버는 판례와 조문을 조회하는 도구를 LLM 을 부르지 않는 결정론적 조회로 열어 두고 크레딧을 받지 않습니다. 다른 LLM 이 쓴 한국 법률 인용을 검증 자산과 대조해 주는 도구에만 1회 1크레딧을 받습니다. 생산이 아니라 확인에 값을 매기는 구조이고, 확인의 기준은 모델이 아니라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입니다. 지침이 말하듯 책임은 그 결과를 쓰는 사람에게 남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사람이 근거를 더 빨리, 더 확실하게 읽을 수 있게 하는 데까지입니다.

전략적 함의

"AI 가 법률 일을 빠르게 만들수록 청구서에 남는 것은 빨리 만든 시간이 아니라 맞는지 확인한 시간입니다. 책임이 옮겨 가지 않는 직업에서 가치는 결국 근거를 확인하는 자리에 쌓입니다."

참고 자료

칼럼니스트

서연

서연

최고전략책임자 (CSO · Chief Strategy Officer)

미국 연방대법원 로클럭 출신급 / 글로벌 Top3 전략 컨설팅 파트너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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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법마디 OS 전략팀의 관점이며, 투자 권유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