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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 · 최고전략책임자(CSO) · 오늘의 전략 칼럼

두 번째 전선: AI는 로펌 경영으로 들어간다

법률 AI 경쟁은 문서 작성과 검색에서 시작했지만, 최근 움직임은 수임·매터 관리·청구 데이터 같은 로펌 운영 계층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전선의 승부가 왜 다른 규칙으로 결정되는지 분석합니다.

초록 지금까지 법률 AI의 경쟁은 변호사의 산출물, 곧 문서와 검색 결과의 품질을 두고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시장의 움직임은 다른 곳을 향합니다. 로펌의 수임 심사, 매터 관리, 청구 데이터처럼 지금까지 소프트웨어가 기록만 하던 운영 계층에 자율적 에이전트가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두 번째 전선은 첫 번째와 규칙이 다릅니다. 산출물의 품질이 아니라 조직 내부 데이터의 접근권이 승부를 가르고, 교체 비용이 훨씬 높으며, 실패가 드러나는 방식도 다릅니다. 법률 AI를 사려는 조직과 팔려는 사업자 모두 이 차이를 인식해야 합니다.

법률 AI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대개 변호사가 무엇을 쓰고 무엇을 찾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서면의 초안, 판례의 검색, 인용의 검증 같은 것들입니다. 법마디가 지금까지 다뤄 온 문제도 그 축에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주 사이 시장에서 눈에 띄는 발표들은 조금 다른 곳을 가리킵니다. 어떤 제품은 스스로를 로펌의 사업 부문을 운영하는 동료로 소개하고, 어떤 제품은 청구 데이터를 자연어로 물어볼 수 있게 하며, 오랫동안 로펌의 실무 관리와 재무 시스템을 공급해 온 사업자에서는 경영진 교체가 일어났습니다. 개별 뉴스로 보면 흩어진 사건이지만, 겹쳐 놓으면 하나의 방향이 보입니다. 법률 AI의 경쟁이 변호사가 만드는 산출물에서, 그 산출물을 둘러싼 조직의 운영 계층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이 두 번째 전선이 첫 번째와 어떻게 다른 규칙으로 움직이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구매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정리합니다.

핵심 개념 정의

운영 계층(business of law)

변호사의 법적 판단 자체가 아니라 그 판단이 조직 안에서 흘러가게 만드는 층입니다. 수임 심사와 이해충돌 확인, 매터의 개설과 진행 관리, 시간과 비용의 기록, 청구와 회수가 여기에 속합니다.

기록형 소프트웨어와 행위형 에이전트

기록형은 사람이 한 일을 사후에 저장하는 시스템이고, 행위형은 조건이 충족되면 스스로 다음 단계를 실행하는 시스템입니다. 운영 계층에서 이 전환이 일어나면 시스템 오류가 기록의 오류가 아니라 실제 행위의 오류가 됩니다.

운영 데이터 해자

조직이 오래 축적한 매터 이력, 요율 구조, 고객별 처리 관행처럼 외부에서 복제할 수 없는 내부 데이터가 만드는 경쟁 우위입니다. 산출물 품질과 달리 공개 벤치마크로 비교되지 않습니다.

전략적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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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번째 전선은 산출물, 두 번째 전선은 접근권으로 결정된다

산출물 계층의 경쟁은 비교적 투명합니다.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답변의 정확성과 근거를 견주면 우열이 드러나며, 그래서 이 계층에서는 평가와 벤치마크가 곧 마케팅 언어가 되었습니다. 운영 계층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임 심사와 청구 데이터를 다루는 제품의 성능은 조직 바깥에서 재현할 수 없습니다. 어떤 매터가 어떤 요율로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그 조직만 가진 데이터이고, 제품의 가치는 그 데이터에 얼마나 깊이 접근했는지에 비례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전선의 승부는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붙였는가가 아니라, 누가 먼저 조직의 내부 기록에 정당하게 접근할 자리를 얻었는가로 기웁니다. 구매자 입장에서 이는 중요한 함의를 낳습니다. 산출물 계층의 공급자는 비교해서 고르면 되지만, 운영 계층의 공급자는 한 번 들이면 비교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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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록에서 행위로 넘어가는 순간 실패의 성격이 바뀐다

운영 계층의 소프트웨어는 오랫동안 기록자였습니다. 시간을 입력하면 저장하고, 청구서를 만들면 발송 이력을 남겼습니다. 이 구조에서 소프트웨어의 오류는 대체로 사후에 발견되고 정정할 수 있는 종류였습니다. 자율적으로 판단해 다음 단계를 실행하는 에이전트가 이 자리에 들어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이해충돌 확인을 통과시키고, 매터를 개설하고, 청구 항목을 조정하는 판단이 사람의 확인 없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출물 계층에서 모델이 틀리면 변호사가 초안을 고치면 되지만, 운영 계층에서 에이전트가 틀리면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려야 합니다. 그래서 이 계층에 자율성을 도입할 때는 무엇을 자동으로 실행하고 무엇을 반드시 사람의 승인 아래 두는지를 제품 선택보다 먼저 정해야 합니다. 자율성의 범위를 정하지 않은 채 도입하면, 조직은 자신이 어떤 결정을 위임했는지조차 모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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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교체 비용이 높다는 것은 실사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운영 계층의 시스템은 조직의 업무 흐름과 얽혀 있어 바꾸기 어렵습니다. 문서 작성 도구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 달부터 다른 것을 쓸 수 있지만, 매터 관리와 청구 시스템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데이터가 그 안에 쌓여 있고, 사람의 습관이 거기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계층에서 최근 공급자 측의 경영진 교체 같은 소식이 단순한 인사가 아닌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오래 쓰는 시스템일수록 공급자의 방향과 지속 가능성이 구매 결정의 일부가 되며, 조직은 제품의 현재 기능만이 아니라 그 제품이 5년 뒤에도 같은 방향을 향할 것인지를 물어야 합니다. 실사의 질문이 달라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 우리 데이터가 어디에 남고 우리가 떠날 때 무엇을 가지고 나갈 수 있는가로 옮겨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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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운영 계층의 데이터는 산출물 계층의 품질로 되돌아온다

두 전선은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순환합니다. 어떤 유형의 사건이 어떤 경로로 처리되었고 어디에서 시간이 더 들었는지는 운영 계층에 기록되며, 그 기록은 다시 산출물 계층에서 무엇을 우선 검토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신호가 됩니다. 반대로 산출물 계층의 검증 기록, 곧 어떤 근거가 확인되었고 어떤 인용이 차단되었는지도 운영 계층에서 품질 관리의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순환을 인식하는 조직은 두 계층을 따로 사는 대신 한 축으로 설계하려 하고, 인식하지 못하는 조직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시스템을 여러 개 갖게 됩니다. 다만 순환을 이유로 하나의 사업자에게 모든 계층을 맡기는 것은 다른 위험을 부릅니다. 통합의 이익과 종속의 비용은 함께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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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법마디의 자리는 어디인가

법마디는 산출물 계층에서 출발했고, 그 계층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검증 자산과 인용 게이트라는 형태로 두껍게 쌓아 왔습니다. 두 번째 전선이 열린다고 해서 그 자리를 서둘러 옮길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운영 계층에 자율성이 들어갈수록, 그 위에서 오가는 법적 판단이 무엇을 근거로 삼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층의 가치가 커집니다. 수임 여부를 판단하든 매터의 위험을 평가하든, 그 판단의 근거가 검증된 법령과 판례인지 아니면 그럴듯한 요약인지는 여전히 누군가 보증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택할 방향은 운영 계층으로 사업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운영 시스템 위에서도 근거의 진위를 판정해 줄 수 있는 층으로 남는 것입니다. 부품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되, 대체 불가능한 부품이 되는 편이 낫습니다.

반론과 재반박

예상 반론 운영 계층은 결국 로펌 내부의 관리 문제이고, 법률 AI의 본질인 법적 판단의 정확성과는 무관하다는 반론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청구와 매터 관리는 어느 산업에나 있는 일반 업무이며, 여기에 굳이 법률 특화 논의를 붙일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재반박 그러나 운영 계층에서 다루는 데이터는 일반 기업의 그것과 성격이 다릅니다. 매터 기록은 곧 사건의 내용이고, 이해충돌 확인은 곧 직무상 의무의 이행이며, 청구 내역은 의뢰인과의 신뢰 관계에 직접 연결됩니다. 즉 이 계층의 오류는 관리의 실패로 끝나지 않고 전문직 책임의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일반 업무처럼 보이는 층에 자율적 판단이 들어갈 때 오히려 감시가 느슨해진다는 점에서, 이 전선은 법률 특화 논의가 더 필요한 곳입니다.

법마디 OS가 그리는 미래

앞으로 법률 조직의 기술 스택은 두 개의 층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나는 사건을 실제로 처리하는 판단의 층이고, 다른 하나는 그 판단이 조직 안에서 흘러가게 만드는 운영의 층입니다. 지금은 두 층을 같은 사업자가 모두 차지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직들은 통합의 편리함과 종속의 위험을 저울질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살아남는 구조는 층 사이의 경계가 명확하고, 각 층이 무엇을 책임지는지 설명할 수 있는 구조라고 봅니다. 운영의 층은 무엇이 언제 실행되었는지를, 판단의 층은 그 판단이 어떤 근거에 서 있었는지를 각각 남겨야 합니다. 법마디가 준비하는 것은 후자입니다. 어느 조직이 어떤 운영 시스템을 쓰든, 그 위에서 인용된 법령과 판례가 실재하는지를 확인해 주는 층이 있다면, 조직은 통합의 이익을 취하면서도 근거의 통제권만은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략적 함의

"경쟁의 무대가 넓어질 때 흔한 실수는 새 무대로 서둘러 옮겨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두 번째 전선이 열렸다는 사실이 첫 번째 전선의 중요성을 줄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판단이 자동으로 실행될수록, 그 판단이 무엇에 근거했는지를 끝까지 확인해 주는 자리의 값은 올라갑니다. 저희는 그 자리를 지키는 쪽을 택합니다."

참고 자료

칼럼니스트

서연

서연

최고전략책임자 (CSO · Chief Strategy Officer)

미국 연방대법원 로클럭 출신급 / 글로벌 Top3 전략 컨설팅 파트너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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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법마디 OS 전략팀의 관점이며, 투자 권유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