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라의 단일 에이전트 재편과 리개틱스의 MCP 개방은 반대 방향처럼 보이지만, 같은 질문에 대한 두 답이다. 법률 조직이 사야 할 것은 도구가 아니라 컨텍스트가 흐르는 구조다.
초록 같은 날 발표된 두 소식은 법률 AI 인프라의 분기점을 보여준다. 리테라는 십 년간 인수로 누적한 수십 개 도구를 단일 에이전트 '리토' 뒤로 통합했고, 리개틱스는 MCP 표준 서버로 자사가 보유한 거래 컨텍스트를 외부의 어떤 AI에게든 개방했다. 하나는 접점을 좁히는 수직 통합이고, 하나는 관문을 여는 수평 개방이다. 이 글은 두 경로가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는지, 그리고 조용히 법률 시장에 들어와 있던 아마존의 범용 인터페이스가 왜 존재감을 만들지 못했는지를 통해, 법률 조직의 인프라 선택 기준을 재구성한다.
2026년 7월 15일, 법률 테크 업계에서 상반된 두 발표가 나란히 나왔습니다. 리테라는 브랜드 전체를 단일 AI 에이전트 '리토(Lito)' 중심으로 재편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365와 구글 워크스페이스 안에서, 별도 로그인도 별도 도구도 없이, 에이전트 하나가 문서 작성부터 계약 검토까지 회사의 전 기능을 대신 부르는 구조입니다. 같은 날 거래관리 플랫폼 리개틱스는 정반대 방향의 발표를 했습니다. 자신이 만능 에이전트가 되는 대신, MCP(Model Context Protocol) 서버를 열어 '당신이 쓰는 어떤 AI든' 자사의 라이브 딜 데이터에 접속하게 한 것입니다. 접점을 좁히는 쪽과 관문을 여는 쪽 — 두 회사는 같은 질문에 다른 답을 내놓았습니다. 그 질문은 이것입니다. AI 시대의 법률 인프라에서, 가치는 어디에 고이고 어디로 흐르는가.
여러 도구·기능을 하나의 에이전트 접점 뒤로 묶어, 사용자가 개별 도구를 배우거나 오가지 않고 한 곳에서 전체 역량을 호출하게 하는 전략. 리테라의 '리토' 재편이 대표 사례다.
AI 어시스턴트·에이전트가 외부 시스템의 데이터와 기능에 표준화된 방식으로 연결되게 하는 개방 프로토콜. 특정 벤더에 종속되지 않고 도구를 갈아끼울 수 있게 하는 상호운용성의 기반이다.
확률적 언어 모델과 달리, 같은 입력에 항상 같은 결과를 내는 규칙 기반 처리의 성질. 고위험 법률 업무에서 환각 없는 검증 가능성의 근거로, 이제 대형 벤더의 마케팅 언어가 되었다.
리테라의 재편은 기능 발표가 아닙니다. 새로 생긴 능력은 거의 없고, 이미 있던 것들의 '부르는 방식'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핵심입니다. 이 회사는 십 년 넘게 인수합병으로 도구를 쌓아 왔고, 그 결과 시장이 리테라가 무엇을 제공하는지조차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구매자가 감당해야 하는 진짜 비용은 라이선스 가격이 아니라 인지 비용 — 어떤 도구가 있는지 알고, 배우고, 오가며, 각각의 로그인과 데이터셋을 관리하는 비용이었던 것입니다. 단일 에이전트는 그 비용을 접점 하나로 흡수합니다. '무엇을 쓸지'의 판단을 사용자에게서 에이전트로 옮기는 것, 이것이 수직 통합이 실제로 파는 상품입니다. 도구가 많아질수록 통합의 가치는 기능의 합이 아니라 분리의 제거에서 나옵니다.
리개틱스의 선택은 정반대입니다. 이 회사는 자신의 에이전트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자신이 가진 것 — 진행 중인 거래의 실시간 컨텍스트 — 을 표준 관문으로 개방했습니다. 최고제품책임자의 진단이 정확합니다. '대부분의 AI 도구는 일반 법률 질문에는 답해도, 이 딜에서 무엇이 미결인지는 모른다. 컨텍스트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모델도 특정 사건의 살아 있는 상태를 모르면 그 사건에서는 무력합니다. 그렇다면 컨텍스트를 쥔 쪽은 에이전트 경쟁에서 이길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에이전트가 자신을 거치게 만들면 됩니다. MCP 지원은 그래서 양보가 아니라 공격입니다. 벤더 중립·OAuth 인증·감사 로깅을 갖춘 개방은, 고객에게는 교체 가능성을 주고 자신에게는 인프라 계층의 지위를 줍니다. 데이터가 고이는 곳이 아니라 흐르는 길목이 되겠다는 전략입니다.
빅테크가 법률 시장에 들어오면 기존 판이 뒤집힌다는 통념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마존의 'Quick For Legal'은 그 통념의 반례로 발견되었습니다. 이 기능은 한동안 시장에 존재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고, 전문 매체조차 우연히 발견했다고 고백할 정도였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것은 여러 범용 모델을 불러 쓰는 잘 만든 인터페이스일 뿐, 자체 법률 데이터도, 도메인 검증 계층도, 변호사의 실제 업무 맥락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는 것을 주지 못하는 진출은 진출이 아닙니다. 이 사례가 법률 조직에 주는 교훈은 역설적으로 안심이 아니라 기준입니다. 평가해야 할 것은 '누가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그 안에 축적되어 있는가'이며, 브랜드의 크기는 도메인 자산의 깊이를 대신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리테라 발표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에이전트가 아니라 그 아래 문장에 있습니다. 회사는 삼십 년간 다듬어 온 규칙 기반 레드라인 알고리즘을 내세우며 '추측하지 않고, 확률 모델처럼 환각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명시했습니다. 고위험 업무에서는 대형 언어 모델이 규칙 기반 비교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벤치마크 결과를 마케팅 전면에 배치한 것입니다. 이것은 업계의 언어가 바뀌었다는 신호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가장 똑똑한 모델'이 판촉의 중심이었다면, 이제 '틀리지 않는 구조'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확률적 생성과 결정론적 검증의 분업 — 모델이 초안을 만들되 규칙과 검증 자산이 최종 정확성을 책임지는 구조 — 는 저희가 법마디를 설계하며 처음부터 걸어온 길이기도 합니다. 검증 계층은 비용이 아니라 해자이며, 이제 시장 전체가 그 사실을 가격표에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법률 조직은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할까요. 단일 에이전트의 편의와 열린 프로토콜의 자유는 표면적으로 상충하지만, 판단 기준은 하나로 수렴합니다. 우리 조직의 컨텍스트 — 사건 기록, 계약 이력, 내부 지식 — 가 어디에 놓이고 어떤 조건으로 이동할 수 있는가입니다. 단일 에이전트를 택한다면, 그 편의가 우리 데이터를 그 플랫폼 밖에서 쓸 수 없게 만드는 대가인지 물어야 합니다. 개방형을 택한다면, 표준 관문에 인증·권한·감사 통제가 실제로 붙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최악의 선택은 이 질문 없이 기능 목록과 시연의 화려함으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도구는 갈아끼울 수 있어야 하고, 컨텍스트는 조직의 것으로 남아야 하며, 검증은 어떤 모델 아래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해야 합니다. 이 세 조건을 만족하는 구조를 사는 것이 도구를 사는 것보다 오래갑니다.
예상 반론 결국 사용자는 표준이 아니라 편의를 택한다. 단일 에이전트의 매끄러운 경험이 이기고, MCP 같은 개방 프로토콜은 이상론으로 남을 것이다. 폐쇄적 통합 생태계가 소비자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승리해 온 역사가 그 증거다.
재반박 두 경로는 배타적이지 않고 층위가 다릅니다. 접점은 단일 에이전트로 수렴하더라도, 그 에이전트가 일하려면 결국 외부 시스템의 컨텍스트가 필요하고, 그 연결은 표준화될수록 모두에게 쌉니다. 실제로 폐쇄 생태계의 대명사들도 데이터 이동성 요구와 기업 구매자의 감사 요건 앞에서 관문을 열어 왔습니다. 특히 법률 시장의 구매자는 소비자가 아니라 조직이며, 조직 구매의 언어는 편의가 아니라 통제와 교체 가능성입니다. 통합 벤더조차 표준 관문을 지원할 유인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앞으로의 법률 AI 인프라는 세 층의 분업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봅니다. 맨 위에는 사용자가 만나는 단일 에이전트 접점이 있고, 중간에는 MCP류 표준 관문으로 연결되는 컨텍스트 계층 — 사건 관리, 거래 데이터, 문서 저장소 — 이 있으며, 맨 아래에는 어떤 모델이 오가든 동일하게 작동하는 결정론적 검증 계층이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 모델은 갈아끼우는 부품이 되고, 경쟁력은 컨텍스트의 품질과 검증의 엄격함에서 나옵니다. 법마디가 '어떤 LLM을 써도 동일 품질'을 대명제로 삼고 검증 자산과 fail-closed 게이트를 해자로 쌓아 온 것은 이 수렴을 선취한 설계입니다. 접점의 전쟁과 관문의 전쟁이 끝난 뒤에도, 틀리지 않는 구조를 가진 쪽이 마지막까지 남을 것입니다.
"도구는 바뀌고 모델은 갈립니다. 남는 것은 컨텍스트가 안전하게 흐르고, 틀린 것이 걸러지는 구조입니다. 법마디는 그 구조를 먼저 짓는 쪽에 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