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리걸테크·AI 뉴스 (2026-08-27)
오늘 모은 세 소식은 모두 AI 도구 자체가 아니라 그 바깥에서 정해지는 것들입니다. 회사가 AI에 넣은 정보는 누구의 것이 되는지, 변호사가 AI에 맡겨도 되는 일의 경계는 누가 긋는지, 그리고 일이 늘어난 만큼 돈은 제때 들어오고 있는지입니다.
쉽게 보는 오늘의 뉴스
우리가 AI에 넣은 것이 언젠가 우리를 대신한다면
미국 법률·안보 매체 Lawfare 8월 26일자 'Replacement Through Knowledge Acquisition' 은 기업이 프런티어 AI 업체에 넘긴 정보가 그 업체를 키워 결국 고객의 시장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위험을 다룹니다. 필자들은 이것을 '지식 획득을 통한 대체(RKA)' 라고 부르며, 프롬프트와 업로드 파일, 산출물, 행동 패턴에서 얻은 정보로 AI 업체가 고객과 경쟁하는 제품을 만드는 상황을 가리킨다고 정의합니다.
배경·맥락 필자들은 현재 AI 업체들이 실제로 그런 일을 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분명히 적으면서도, 그럴 유인은 크다고 봅니다. 정보가 산업의 제품·서비스와 직결되는 분야일수록 위험이 크며 소프트웨어와 법률이 그 예로 꼽힙니다. 변호사가 AI로 업무를 처리하면 그 과정에서 사건 전략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회사의 여러 직원이 같은 모델을 동시에 쓰면, 개별 직원이 알지 못하는 회사 전체의 그림이 합쳐져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옵니다.
왜 중요할까요? 필자들이 계약서를 직접 뜯어 본 대목이 실무적으로 가장 쓸모 있습니다. 주요 AI 업체들이 '고객 콘텐츠로 모델을 학습하지 않는다' 고 약속하지만, 그 약속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입력' 과 '출력' 이 서로를 이용해 정의되어 있고,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개선한다' 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사용자에게 응답으로 보여 주지 않는 파생·집계·비식별 데이터가 여기에 포함되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그래서 제안도 구체적입니다. 금지 행위를 나열하는 대신 허용 행위를 열거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뒤집고, 고객 정보의 범위를 추론·귀속·합성된 것까지 넓히라는 것입니다. 계약으로 다 막히지 않는 부분은 영업비밀과 경쟁법으로 이어진다고 정리합니다.
출처: Lawfare'법률사무를 AI에 위임하지 말라' 는 한 줄이 만드는 질문
Artificial Lawyer 8월 26일자 기고 'California SB 574: Will AI's Home State Kill Off AI for Law?' 는 캘리포니아 주의회에 계류 중인 법안 SB 574을 검토합니다. 법안은 변호사와 중재인의 생성형 AI 사용에 관한 규정을 두는데, 정확성 검증과 오류 정정, 민감정보를 소비자용 도구에 넣지 말 것 같은 조항과 함께 '변호사는 법률사무를 생성형 AI에 위임해서는 안 된다' 는 조항이 들어 있습니다.
배경·맥락 필자는 이 조항이 다른 조항과 성격이 다르다고 봅니다. 감독을 조건으로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위임 자체를 금지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법률사무' 가 무엇인지 캘리포니아 법원도 100년 넘게 명확히 정의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필자는 의뢰인 응대, 초안 작성, 서식 선택을 차례로 대입해 보면서, 사무직원이 하는 접수와 초안은 허용되는데 같은 일을 AI가 하면 금지되는지, 그렇다면 변호사에게 남는 AI 활용은 무엇인지 묻습니다.
왜 중요할까요? 기고는 권한 문제도 함께 짚습니다. 미국에서 변호사를 심사하고 규율하는 주체는 법원이며 캘리포니아의 변호사 직업행위규칙도 주 대법원이 만드는데, 허위 인용 문제를 입법부가 소비자 보호의 이름으로 다루는 것이 헌법적 문제를 낳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주 변호사회는 2023년 11월 지침을 낸 뒤 올여름 이를 갱신해, 공개·비공개 AI 사용과 AI가 관여한 업무의 보수 청구, 에이전트 시스템 감독까지 규칙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회기는 8월 31일에 끝납니다.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결론이 아니라 질문의 모양입니다. '사람이 확인했는가' 를 요구하는 규율과 '맡기지 말라' 고 선언하는 규율은 실무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낳습니다.
출처: Artificial Lawyer매출은 늘었는데 수금은 느려졌다 — 대형 로펌 상반기 성적표
ABA Journal 8월 25일자 보도에 따르면 웰스파고 법률전문그룹이 Am Law 200 로펌 140여 곳을 조사한 결과, 미국 대형 로펌의 2026년 상반기 매출은 수요 증가와 청구요율 인상, 생산성 향상에 힘입어 12.4% 늘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사가 짚은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올려 놓은 요율을 실제 수금으로 바꾸는 일이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배경·맥락 웰스파고에 따르면 표준 요율은 상반기에 두 자릿수로 올랐지만 매출에 반영된 실현 요율 증가는 7.3%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같은 시기의 9%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원인으로는 할인도 있지만 더 큰 몫은 아직 청구되지 않은 업무가 쌓이는 데 있다고 설명합니다. 재고는 17.7% 늘었고, 업무를 수행한 뒤 수임료를 걷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5% 느려졌습니다. 웰스파고는 거래 시장이 강할 때 흔한 일이지만 의뢰인이 청구서를 더 꼼꼼히 들여다보고 더 늦게 낸다는 이야기도 함께 듣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왜 중요할까요? 이 숫자들은 법률 AI 이야기와 떨어져 보이지만 실은 붙어 있습니다. 도구가 업무를 빠르게 만들어도 그 결과가 장부에 도착하려면 청구와 수금이라는 과정을 지나야 하고, 지금 막힌 곳이 바로 거기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변호사 보수는 상반기에 8.9% 올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의 10.5%보다 둔화된 것입니다. 비용은 이미 올라 있고 수금은 느려지는 구간에서, 로펌이 다음에 무엇을 자동화할지 고르는 기준은 '멋있어 보이는 업무' 가 아니라 '돈이 늦게 들어오게 만드는 업무' 가 됩니다. 의뢰인 입장에서도 청구서를 꼼꼼히 보는 흐름은 이미 시작된 셈입니다.
출처: ABA Journal유나의 종합 분석
세 소식을 한 줄로 세우면 '도구 바깥' 의 목록이 됩니다. Lawfare 는 우리가 도구에 넣은 정보가 어디로 가는지를 계약 문구 단위로 따졌고, Artificial Lawyer 의 기고는 그 도구에 맡겨도 되는 일의 경계를 법이 어떻게 그으려 하는지를 보여 주며, 웰스파고 조사는 도구로 빨라진 일이 정작 돈이 되는 지점에서 막히고 있음을 숫자로 말합니다. 공통점은 셋 다 '무엇을 쓰는가' 가 아니라 '무엇이 남는가' 를 묻는다는 것입니다. 정보가 남는 자리, 판단이 남는 자리, 그리고 청구 기록이 남는 자리입니다. 계약서에 허용 행위가 열거되어 있지 않으면 정보는 조용히 흘러가고, 규율이 '맡기지 말라' 로만 쓰이면 실무는 숨어서 쓰게 되며, 업무가 기록되지 않으면 빨라진 만큼이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셀 수 없습니다. 도구를 고르기 전에 우리 쪽에서 정해 두어야 할 것은 그래서 성능이 아니라 경계입니다. 무엇을 넘길지, 무엇을 사람이 확인할지, 그리고 그 확인을 어디에 남길지.
"빨라지는 이야기와 남는 이야기는 다릅니다. 내일도 근거와 기록을 함께 짚어 쉽게 전해드리겠습니다."